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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편성부터 국회·국민 참여.. 정부와 사전조율 필요

정인홍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12.04 17:23

수정 2014.11.20 12:07

국회가 9년째 내년도 예산안을 법정처리 시한(12월 2일) 내 처리하지 못함으로써 입법기관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켰다.

더구나 그동안 예산심의 시스템 개선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관련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제대로 심의가 이뤄지지 못한 채 장기간 사장되고 있어 조속한 법안 심의 재개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책적 대안으로는 △결산 및 국정감사와 내년도 예산안의 분리 심의 △국회 및 국민의 편성단계 의견 반영 △상임위원회 위주의 증·감액 권한 강화 △예결위 실링제(ceiling) 도입 등이 거론된다.

■결산-국감은 6월, 예산은 9월로

우선 현재 정기국회(100일 회기) 동안 결산에다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의, 법안 심의가 집중돼 있다 보니 정작 내년도 살림살이인 새해예산안에 대한 심의시간이 매우 부족하다. 결산, 대정부질문, 교섭단체 대표연설, 국정감사 등을 먼저 하고 예산안을 다루다보니 이전 단계에서 여야 간 현안 충돌이 발생하면 예산국회는 곧바로 파행 정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예산안은 여야 간 마지막 힘겨루기 수단으로 전락하면서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기 일쑤이고 결국 졸속처리라는 과정을 밟고 있다.
이 같은 예산안 파행 졸속처리를 마치 연말 '통과의례'처럼 여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한나라당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4일 본지와 통화에서 "현재 결산 먼저 하고 국감을 진행한 뒤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하도록 돼 있어 실질적인 예산심의 기간은 20일 남짓에 불과하다"며 "1년간 정부 예산 집행의 허와 실을 다루는 결산 과정이 국감에 반영되고 국감 결과가 다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반영되는 구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년도 정부 예산 집행의 부실을 철저히 파헤치는 결산 과정을 통해 다시 1년 행정의 누수를 다루는 국정감사에 이를 반영, 정부 정책의 제도 개선을 유도한 뒤 다시 내년도 예산안 심의에 결산과 국감 결과를 반영시켜 전년도 정부 실정의 재발을 방지하는 '선순환적 고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의장은 "정기국회가 결산, 국감, 법안심의 등으로 시간에 쫓기다보니 철저한 예산 심의가 어려워 졸속 심의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 이현출 정치의회팀장은 "예산심의를 9월 정기국회부터 해도 국감 때문에 심의 시간이 절대 부족하다"면서 "예산을 볼모로 삼아 여야 간 갈등을 예산안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결산과 국정감사'를 6월 국회에서 묶어 처리하고 9월 정기국회는 아예 예산 국회로 올인하자는 지적이 나온다.

한나라당 이주영 의장 측에 따르면 현재 5월 말이 제출시한인 결산안을 한 달 앞당겨 4월 말쯤 제출토록 해 6월 임시회 한 달 회기를 7월 중순까지 연장, 결산과 국정감사를 한꺼번에 처리하고 새해예산안은 9월부터 100일간 회기로 시작하는 정기국회 내내 심의하자는 것이다.

이 의장은 이 같은 내용의 국회법 및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지금까지 처리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예산 편성단계부터 의견 반영

예산 편성단계부터 국회 및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불필요한 당정 간 예산안 힘겨루기 소지를 최소화하고 효율적인 예산 심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예산 편성권이 정부에 있다보니 나중에 국회에서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더라도 여야 간 정략적 판단이 개입되는가 하면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의 소임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예산편성 지침을 국회에 사전 보고토록 해 각 정부부처나 청와대 위주로 예산이 일방 편성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고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예산낭비 요소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국회 예결위 차원에서 국민의 정책 제안이 각 예산안 심의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조만간 '대국민 제안 공모' 개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정책위 관계자는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다보니 국회가 관여하는 (제도적) 정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현출 팀장도 "정부의 예산편성 단계부터 국회가 참여해야 한다"며 "국회 나름대로 내년도 예산 윤곽에 대해 고민하는 방법들이 도입돼야 예산국회가 마지막 단계에 몰려서 파행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 상임위의 증·감액 과정이 아예 생략되거나 상임위에서 증·감액이 돼도 결국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가서 백지화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 상임위의 예비심사 단계보다는 막판 계수조정소위 활동에 여야 의원들의 '로비'가 집중되곤 해왔다.

예비심사 단계인 각 상임위의 증·감액 결정권을 존중하자는 방안으로, 상대적으로 상임위의 전문성이 높은 만큼 자율적인 증·감액 결정권을 부여하고 예결위에는 '실링권'을 주는 방식이다.


상임위에서 예결위로 올라온 증·감액 내역을 최대한 존중하되 '일정 한도' 내에서 미시적 조정이 가능하도록 예결위에 전체적인 실링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여당 정책위 차원에서 상임위의 예산안 심사권한을 강화하고 예결위의 한도 내 조정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예결위 최종 심의 단계에서 여야 간 정치적 야합으로 흐르지 않도록 실링권 배분과 조율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중립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대상이다.

/haeneni@fnnews.com정인홍 김미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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